The Kettle Black, Melbourne, Victoria © Visit Victoria
호주 요리 문화 가이드
호주 음식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세요? 초보자도 호주 음식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이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글쓴이: 나타샤 미로스크(Natascha Mirosch)
호주는 재배가 불가능한 농산물이 몇 안 될 정도로, 북부의 따뜻한 열대 기후부터 서늘한 남쪽 지역까지 다양한 기후 지대가 분포되어 있습니다. 또한 광범위한 다문화 인구 덕분에 메뉴 역시 없는 게 없을 만큼 다양합니다. 호주에서는 어떤 식사를 원하든 만족하게 될 겁니다.
호주의 요리란?
'호주' 요리의 정의를 두고 그 동안 늘 열띤 논쟁이 이루어져 왔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재료의 품질과 신선함, 훌륭한 해산물과 다자주의가 특징입니다.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게 다른 요리의 장점을 차용하거나 원주민의 부시 음식, 해산물, 나아가 악어, 캥거루, 에뮤 같은 고유의 단백질 공급원을 전문가의 손길로 결합하거나, 이웃 아시아 국가의 맛과 근대 호주의 전통 음식을 결합합니다. 이런 실험과 도전을 통해 호주의 역사, 지리, 다양한 인구 조합을 대표하는 요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먹는 방식을 논하자면, 한 해를 보내며 계절이 바뀔 때 호주인들은 음식으로 특별한 날들을 기념합니다. 예를 들면 부활절에 양고기 구이, 크리스마스에 신선한 새우를 먹거나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첫 수확한 망고를 맛볼 수 있습니다. 호주인들은 유난히 야외에서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카페 바깥 인도에서 먹는 아침식사, 옥상 테라스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즐기는 스파클링 와인과 굴 한 접시, 뒤뜰에서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바비큐처럼 말입니다.
해산물의 향연
호주의 주변 바다에서는 양질의 해산물이 풍성하게 수확됩니다. 남쪽 바다의 냉수성(15도 이하의 저수온)에서 자라는 굴부터, 북쪽에서 잡히는 흰살생선 바라문디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직접 해산물을 잡아 요리하고 싶다면 낚시 투어를 이용해 호주 톱 엔드(Top End)에서 전세 낚싯배에 올라타거나 태즈메이니아(Tasmania)에서 플라이 낚시를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시드니 수산 시장(Sydney Seafood Market)의 요리 학교에서 직접 요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이 셀 수 없이 많기는 하지만 값비싼 고급 요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핑 클럽에 가서 버킷에 담아 파는 새우를 주문하거나, 물가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종이에 포장된 갓 튀긴 피시 앤 칩스를 여럿이 나눠 먹을 수 있습니다.
부시 터커와 토종 식재료
호주의 맛은 레몬 머틀, 카카두 자두, 와틀 씨앗, 와리갈 그린 같은 식물처럼 숲지대와 열대우림에서 나는 호주 전통 야생 식재료에 내재해 있습니다. 세계 그 어떤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호주만의 고유한 부시 터커는 덴마크의 레네 레드제피(Rene Redzepi), 영국의 헤스톤 블루멘탈(Heston Blumenthal) 같은 방문 셰프의 찬사를 받은 바 있으며, 멜버른(Melbourne) 아티카(Attica)의 벤 쉐리(Ben Shewry), 시드니(Sydney) 베넬롱(Bennelong)의 피터 길모어(Peter Gilmore) 같은 셰프의 손에서 한층 더 독창적인 요리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상점과 평범한 카페, 심지어 슈퍼마켓에서도 차, 음료, 초콜릿, 아이스크림에 녹아든 독특한 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호주 원주민들은 수백억 년 동안 부시 터커(전통 야생 식재료로 만든 원주민 음식)를 먹으며 살아 왔고, 이들이 사용하는 식재료는 단순히 색다르다는 점을 넘어서 맛이 뛰어나기 때문에 현대의 셰프들을 통해 매력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소고기, 양고기, 캥거루 고기
호주는 누구나 아는 세계 최대 소고기 생산국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소들이 풀을 뜯을 수 있는 초원이 워낙 넓은데다가 최대한 연한 육질과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마지막에는 곡물을 사료로 줍니다. 아주 특별한 종류의 소고기로 손꼽히는 블랙 앵거스는 마블링이 돋보이는 호주 고유의 와규입니다.
양고기의 경우, 다수의 대표 생산업체가 기후가 좀 더 서늘한 남쪽에서 운영하고 있고 봄철에 품질이 가장 뛰어납니다.
캥거루는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야생에서 잡고 일 년 내내 호주 어디서나 캥거루 고기를 맛볼 수 있으며, 지방 함량이 적고 의외로 부드러운 맛을 내는 건강식입니다. 스테이크처럼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프라이 팬에 요리하거나, 카페에서 수제 햄버거로 먹거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품 요리로 맛볼 수 있습니다.
현지인처럼 식사하는 방법
카페 문화와 브런치
호주 사람을 아무나 붙잡고 주말을 어떻게 보내는지 묻는다면 일정 시간은 카페에서 보낸다고 답할 만큼, 호주인들은 친구나 가족과 브런치를 먹으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도심에서 조그마한 마을까지 카페(대부분 야외)의 수가 급증하고 있고 판매하는 음식과 영업 시간도 꽤 유연한 편입니다. 오전 8시에 수제 햄버거로 아침식사가 가능하냐고요? 당연합니다. 오전 10시에 반주를 곁들여 중국식 쌀죽을 맛보고 싶으시다고요? 물론이죠. 오후 3시에 겹겹이 쌓아 올린 팬케이크 위에 각종 베리와 초콜릿을 얹어 먹는 것도 호주에서는 가능합니다.
레스토랑 문화와 식사
호주에는 세계 정상급 레스토랑과 숙련된 세계적 셰프가 아주 많지만, 유럽이나 미국의 고급 식당보다는 격식을 덜 따지는 편입니다. 식사를 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고급'이라는 표현은 용도가 늘 헷갈리는 수많은 포크와 나이프, 과도하게 친절한 직원, 레스토랑에 붙는 '별'(또는 호주식 표현으로 '모자'), 빳빳하게 풀을 먹인 테이블보가 아닌 음식 자체에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호주에서 고급 식당은 대도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호주에서 극찬을 받는 대부분의 레스토랑은 평온한 지방에 위치해 있고, 이곳의 셰프들은 계절에서 영감을 받고 현지에서 재배 및 사육되는 농산물을 이용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계절과 풍미, 향과 와인, 질감에서 영향력을 이끌어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요리에 있어서 여행과 아이디어의 교환을 적용한 개념적 접근 방식을 취합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팜투포크(Farm to Fork)
호주는 온화한 기후와 거대한 면적 덕분에 일 년 내내 신선한 농산물이 생산되고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낮습니다. 도시에서 멀리 나가지 않아도 금세 농장과 농업 지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드라이브를 하는 동안 길가에 서 있는 노점상에서 신선한 농산물을 사고 돈은 일명 '정직 상자'에 넣고 가면 됩니다.
'PYO'(pick your own) 표지판은 땅이나 나무에서 바로 새빨간 딸기, 마카다미아 등 과일이나 채소를 채집할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채식 및 비건
호주의 육식 전통은 60,000여 년이나 거슬러 올라가지만, 채식을 하는 식도락가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채식 및 비건 메뉴의 수도 발맞춰 늘어나고 있습니다. 슈퍼마켓에서 파는 데워 먹기만 하면 되는 간편 식사부터 건강식을 내세운 카페와 비건 또는 채식 전문 레스토랑은 물론 미리 알려 주기만 하면 비건과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를 준비해 주는 식당도 있습니다. 심지어 고기 위주의 메뉴로 유명한 펍에서조차 요새는 메뉴에 채식 요리 하나쯤은 갖추고 있습니다.
현지인처럼 음료와 술을 즐기는 방법
커피
호주에 양질의 커피가 도입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 이민자들과 함께였으며, 이후 꾸준히 번영해 왔습니다. 일반적으로 커피 중심지라면 멜버른을 떠올리지만, 어떤 도시에 가든 로스터리와 전문 카페 근처를 서성이며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는 현지의 커피 애호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커피와 관련해 꼭 알아 두어야 할 한 가지 사실이 있다면 호주인들은 커피를 주문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플랫 화이트'(거품을 뺀 스팀 밀크를 넣음), '마키아토'(우유 샷을 한 잔 넣은 에스프레소) 등 구체적인 지시 사항을 더한다는 것입니다. 호주인들은 혼합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바리스타가 제안하는 원산지의 커피콩에 다양한 로스팅 기법과 '푸어 오버', '콜드 드립' 등 실험적 브루잉 방식을 더합니다.
알고 계셨나요?
호주에는 65개의 와인 산지와 100가지가 넘는 포도 품종이 있습니다.
호주 와인
호주의 와인 제조 문화는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호주인들은 오랜 역사만큼 실력도 대단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노던 테리토리(Northern Territory)를 제외한 모든 호주의 주에는 와인 산지가 있고, 저마다 고유한 테루아르(terroir, 와인이 만들어지는 자연 환경)를 뽐냅니다.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생산지 중에는 뉴사우스웨일스(New South Wales)의 헌터 밸리(Hunter Valley), 남호주(South Australia)의 클레어 밸리(Clare Valley), 바로사(Barossa), 쿠나와라(Coonawarra), 빅토리아(Victoria)의 야라 밸리(Yarra Valley), 서호주(Western Australia)의 마가렛 리버(Margaret River), 태즈메이니아의 타마 밸리(Tamar Valley)가 있습니다.
기후와 지리적 차이 덕분에 쉬라즈 및 카베르네 같은 전통적인 포도 종부터 좀 더 실험적인 종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포도를 재배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와인제조자들 사이에서 천연 '오렌지' 및 '최소한의 개입'을 표방하는 와인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진정한 와인 애호가라면 와이너리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셀러 도어나 시드니의 록풀(Rockpool) 혹은 아리아(Aria)처럼 최상의 와인 리스트를 갖추고 있는 유명 레스토랑에서 펜폴즈(Penfolds)의 그렌지(Grange), 헨쉬키(Henschke)의 힐 오브 그레이스(Hill of Grace), 컬렌(Cullen)의 반야(Vanya) 같은 대표적인 와인을 꼭 맛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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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도심 속 힙한 와이너리 & 농장
맥주와 스피릿츠
호주의 수제 맥주는 지난 십 년간 페일 에일부터 포터까지 다양한 맥주를 발효 제조해 판매하는 양조장과 브루 바와 함께 호황을 누려 왔습니다. 스피릿츠를 맛보기로 했다면 진(주로 호주산 식물을 넣어 마심), 럼, 위스키가 제조되고 있는 호주의 수많은 증류소 중 한곳을 골라 투어를 하며 시음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 손으로 직접 진이나 럼을 블렌딩해 볼 수도 있습니다. 무알콜 음료를 선호하는 편이라면 알콜의 효과는 배제하고 똑같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음료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매기 비어(Maggie Beer)의 무알콜 와인이나 원주민이 소유한 기업 소바(Sobah)의 맥주처럼 말입니다.